이날 저녁숙소는 구마모토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갈목에 있는 하라쯔루(原鶴)온천단지였다. 후쿠오카현의 유일한 온천단지이다. 이곳은 경남의 부곡온천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20여개의 온천장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묵은 곳은 이름이 福龍莊인데 건물과 시설이 몹시 낡았다. 이 집 뿐만 아니라 동네 전체가 비슷하였다. 동네에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있다고 하였다. 우리 숙소에도 모두 할머니들이었다.
우리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유카타로 갈아입고 노란 손수건을 들고서 목욕탕으로 갔다. 목욕탕 안에는 별도의 증기탕(사우나) 시설이 없고 가운데에 온탕 하나만 있었다. 너무 심한 것은 샤워기도 고장이 나서 온탕의 물을 퍼서 몸을 씻고 나서야 탕 안으로 들어갔다. 목욕탕은 여관의 2층에 있는데 일반적인 사무실처럼 되어 있어서 보온과 단열을 위한 특별한 시설이 없었다. 창문은 밖이 잘 보이는 투명유리로 되어 있으며 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가까이 있는 옆집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게 이상하였다. 탈의실도 개인별 옷장은 없고 플라스틱 바구니뿐이었다. 반갑게도 20~30년 전에 보았던 낡은 저울이 있었다. 그런데 고장이 나서 침이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실이 목욕탕 밖에 있었다. 볼일을 보기 위해서는 신발을 신고 목욕탕 문을 열고 나가서 복도 끝으로 가야했다. 노후시설의 좋은 사례였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여관 1층 로비에는 하천의 미래에 관한 그림이 인쇄된 포스터가 있는데 하라쯔루의 미래를 위한 하천계획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하천은 이 온천단지를 감싸고 있는 筑後川이었다. 전지크기의 그림에는 8개의 새로운 계획이 지도와 함께 그려져 있었다. 예를 들면 선착장 조성, 수변 산책길, 고수부지 조성, 하중도 등을 제시해 놓았으며 이 계획에 대한 여론조사를 위한 설문지와 하라쯔루 온천단지에 대한 별도의 여론조사 설문지가 각각 비치되어 있었다.
온천 설문지에는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어느 것이 마음에 드느냐, 20개 여관의 온천물이 각각 다른 것을 알고 있느냐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이 조사는 행정기관이 하는 것이 아니고 여관조합, 진흥회, 온천을 가꾸는 모임 등 세군데에서 합동으로 실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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