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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큐슈에서 배운다

마찌야(町家)와 경관보존을 위한 교토시의 노력(6/7)

 

마찌야(町家)와 경관보존을 위한 교토시의 노력(6/7)



목  차

             1. 전통도시주택 마찌야의 건축적 특징

             2. <경관과 마을만들기센터>의 중심적 역할

             3. 교토시의 내진진단사와 경관중요건조물 시니세 지정제도

             4. 주민들의 자발적이며 자구적인 노력

             5. 면(面)적인 보존을 위한 시가지경관조례

             6. 경관자산등록제도와 건축협정제도
 

5. 면(面)적인 보존을 위한 시가지 경관조례


 교토를 찾아오는 모든 관광객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 1,000년 전의 거리를 걷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개별 건축물의 보존만으로는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다. 애초에 도시계획으로 형성된 도시 전체를 바탕으로 특징있는 가로 경관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해왔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물론 개발에 대한 욕구를 자제해 온 것도 큰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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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0여년 전인 794년, 일본의 수도가 헤이안교(平安京)로 옮겨오면서 시작된 교토는 중국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長安)을 모델로 조방제(條坊制)에 의해 구획, 조성되었다. 정남향으로 주작대로가 개설되었고 그 도로를 중심으로 左京과 右京으로 나누고 전체 형태가 方形이 되도록 개발하였다. 사방 120m의 격자형으로 된 수백개의 가구(街區)에 의해 구획되었으며 15세기에 이르러 가구 중앙에 가로를 개설하여 60 * 120m로 세분화되었는데 도시 전체가 정방형에 가까운 정형화된 가로망을 갖고 있다. 마찌는 이 가구를 기본 단위로 하고 있다. 현재에도 이 골격은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교토시의 특징을 강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토시는 197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가지경관조례를 만들었다. 흔히 상위법에 위임조항이 없는데 지자체의 판단에 의해 만든 것을 자주조례라고 한다. 조례제정을 통하여 미관지구 지정, 역사지구 보전, 옥외광고물 규제 등 교토의 독자적인 경관보전이 시작되었다. 미관지구로 지정되면 건물의 높이와 형태 등을 심사, 관리하게 된다. 시내 가로를 중심으로 집이나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대부분의 마찌나미(町竝  )는 역사지구로 지정되었는데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개축이 가능하면서 건축물 외관의 의장과 양식을 보존함으로써 전체 분위기를 통일적으로 조성하였다.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추구한 이 방식을 보전수경(保全修景)이라고 한다.

 이 조례에 의해 대표적인 마찌나미인 기요미즈테라(淸水寺) 입구에 있는 산네자카(産寧坂)지구(1972)와 산죠도오리(三條通)에 있는 기온신바시(祇願新橋)지구(1974)를 특별보전수경지구로 지정하여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이후 전국적으로 개발에 의한 주거환경의 파괴가 심각해지고 이에 반대하는 주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자 3년 후인 1975년에야 비로소 중앙정부에서는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여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제도를 도입하였다.

 교토에 있는 기존의 특별보전수경지구는 이 법에 의해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바뀌었다. 지구지정은 역사적인 건조물들이 모여있는 거리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점(點)적인 보존에서 면(面)적인 보존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보존된 역사적 경관지구로써의 가로공간인 마찌나미는 현재 교토의 상징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기온신바시의 역사적인 가로경관이다. 화재로 모두 타버린 후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에 재건되었지만 거의 완벽하게 건물의 외관은 에도(江戶)시대 (1600~1868)를 복원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현대식 고층건물에 대한 유혹을 이기고 도로가에 2층 높이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차야(茶屋)의 독특한 건축양식은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차야는 요정, 다실이 있는 건물을 가리킨다. 1층에는 교토풍의 격자가 설치되어 있고, 2층은 다른 지역의 차야보다 높게 되어 있다. 지구단위로 보존되는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 곳에는 근대 건축물도 많이 있어서 경관보전협력지구로도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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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요미즈테라로 오르는 입구 쪽도 마찬가지이다. 양쪽 가로변에는 처마가 있는 1층과 2층의 목조가옥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모든 건물의 외벽, 지붕, 창문 등은 일정한 비례와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1층은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로 이용되고 있고 2층은 대부분 주택이다.

 두 군데 모두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원래의 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드나드는 차량의 편리함을 위해서, 보다 많은 관광수입을 위해서 도로를 넓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차량을 아래쪽에 세워놓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좁은 도로에는 오고가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힐 정도로 붐비고 있다.

 마찌나미와 같이 역사적 건축물이 모여 있는 시가지는 역사지구로 지정하여 높이 10m 이상 건축물의 건축 및 외관변경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했으며 흩어져 있는 개별 건축물은 경관중요건축물로 지정하여 모든 건축행위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는 대신에 보조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1995년에는 시가지조례를 개정하여 면단위 보호를 위한 지구경관 정비지구제도와 점단위 보호를 위한 역사적 의장건조물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794년 이래 천년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古都 교토의 자취가 도시경관에 그대로 남아있는 관광도시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