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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큐슈에서 배운다

무라사끼 강변의 물환경관

 

무라사끼 강변의 물환경관

전점석 사무총장(창원YMCA)

  지난해 9월, 일본 키타큐슈에 있는 무라사끼강(紫川)을 둘러보고 왔다. 이곳의 바다와 만나는 하구 2km 구간은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 1953년의 집중호우때는 강 상류 일대의 80%가 침수될 정도로 큰 피해를 당하였다. 키타큐슈가 공해도시로써 악명을 날리던 1970년대에는 무라사끼강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류에 있는 제지공장등의 폐수유입으로 인하여 죽음의 강으로 변하였다. 이 당시의 무라사끼강은 ‘검은강’으로 불리었다. 1987년 건설성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마이타운, 마이리버 정비사업>에 제일 먼저 신청하여 지정하천 제1호로 선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유역정비와 도심재개발이 이루어졌다. 우선 상습침수지역인 하류는 기존의 60m 강폭을 90m로 확장함으로써 유수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였다. 계획 초기인 1987년부터 민관산학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20여년 동안 진행되어온 민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금은 무라사끼강에 은어가 살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망둥어, 감성돔 등을 잡기 위한 낚시꾼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강을 등지고 있었던 건물들이 서서히 강물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무라사끼강이 지정하천 1호로 선정된 다음해인 1988년에 키타큐슈시는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시민의견을 공모하였다. 450여개의 다양한 시민제안 중에는 중3학년 여학생이 지금과 같은 수중관찰실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하여 164억엔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2000년에 완공하였다. 환경관에 들어서니 꽤 많은 청소년들이 있었으며 가족이 함께 관람하는 모습도 보였다. 환경관의 규모는 별로 크지 않았으나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생태수족관, 무라사끼강 정보, 물환경 전시코너, 수질검사코너, 다목적홀 등으로 꾸며져 있다. 다목적홀 바닥에는 무라사키강 전체를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이 붙어져 있다. 마치 내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전시코너에는 무라사끼강의 수질오염이 극심하였던 1930년대 중반의 강물과 현재의 강물을 유리병에 각각 넣어서 설명서와 함께 비교전시를 해놓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경각심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한 전시물이었다. 수중관찰실의 한쪽 벽면은 전체가 마치 대형 스크린 같은 투명 아크릴로 되어 있다. 크기는 2,300*7,200mm이고 두께는 255mm이다. 벽면의 절반아래에는 강물이 보였고 윗부분에서는 강 건너 리버워크와 시청건물이 보였다. 물 색깔은 바닷물과 섞여서 푸른색이었으며 부유물이 떠다니는 것이 정확히 보였다. 이곳에서 2km정도 내려가면 바다가 있는데 운이 좋으면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장면을 볼 수도 있고 바다 물고기와 민물고기가 섞여 노는 것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창문을 통하여 강물 속을 들여다본다는 어린 중학생의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엄청나게 성공하였다. 정말 신기하였다. 한글로 만든 홍보물이 있는 걸로 봐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오는 것 같았다.
 마침 물환경관에서는 수변생물을 공부하는 체험형 강좌를 진행하고 있었다. 가족단위로 참가하는 20여명을 대상으로 매월 일요일 오후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주로 사전학습, 채집과 관찰, 감상발표 등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4월에는 백어(白魚)를 찾으러 다리 밑으로 갔었는데 백어가 알을 낳기 위해서 바다로부터 무라사끼강의 다리까지 온 것이었다. 6월에는 벼농사와 관련 있는 납자루를 찾으러 갔으며 7월에는 상류로 올라가서 담수어와 수생곤충을 관찰했고 8월에는 무라사끼 강물을 가져와서 현미경으로 관찰하였는데 동물플랑크톤과 식물플랑크톤을 모두 발견하였다고 한다. 물환경관이 체험학습장으로써의 역할을 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08년에 일본의 인기 대중가수 竹川美子가 부른〈紫川〉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별의 아픔을 주제로 한 이 노래가사를 보면 무라사끼 강물은 고쿠라 여인의 눈물이며 무라사끼 강물이 출렁거릴 때마다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흔들린다는 다분히 신파조의 내용이다. 어느 지역이든 하천과 문화를 연결시키는 접근이 일반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