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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큐슈에서 배운다

마찌야(町家)와 경관보존을 위한 교토시의 노력(5/7)

 

마찌야(町家)와 경관보존을 위한 교토시의 노력(5/7)



목  차

             1. 전통도시주택 마찌야의 건축적 특징

             2. <경관과 마을만들기센터>의 중심적 역할

             3. 교토시의 내진진단사와 경관중요건조물 시니세 지정제도

             4. 주민들의 자발적이며 자구적인 노력

             5. 면(面)적인 보존을 위한 시가지경관조례

             6. 경관자산등록제도와 건축협정제도
 

4. 주민들의 자발적이며 자구적인 노력


 행정기관과 센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마찌야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직을 만들어서 독자적으로 혹은 센터와 공동 주최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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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관심이 가는 조직은 4개 단체가 모여있는 교마찌야NET라는 협의체이다. 성격이 다른 단체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교마찌야통신이라는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그리고 2005년부터는 일반 시민들이 마찌야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음악회, 전시회, 시음회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NET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교마찌야 재생연구회를 중심으로 교마찌야 사쿠지구미(作事組), 교마찌야의 친구모임, 교마찌야 정보센터 등이다.

 특정 비영리활동(NPO)법인인 재생연구회는 마찌야의 재생을 위한 사회적, 제도적, 기술적인 문제를 연구한다. 사쿠지구미는 재생연구회를 모체로 하여 실천부문을 담당하는 단체로 설립되었다. 마찌야를 보수하고자 할 때 설계상담을 하거나 공사비용계산, 공사업체 소개 등을 한다.

 친구모임은 마찌야를 소유하고 있는 주인이나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들이 모여 있는데 자기들이 마찌야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사연을 모으거나 마찌야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정보센터는 재생연구회의 회원과 부동산업자들이 함께 모여서 구성된 단체인데 101명의 소유자와 740명의 거주자가 가담해 있으며 등록된 부동산 물건 수는 772채이다. 센터에 등록된 마찌야의 보존과 활용을 위하여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 교환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유통에 대한 정보, 임대차와 매매에 대한 정보, 비어있는 마찌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목조건축문화를 지키고 목조건축의 재생과 활용을 위한 특정비영리 활동법인인 古材文化의 모임, 古家改修     네트워크 등이 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은 이상과 같은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관을 저해하는 구체적인 대상과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다. 시민운동으로 전개된 경관지키기는 경관법 제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건축행정을 활성화시키고 제도변화와 행정기관을 견인하기도 했다. 철거될 운명에 처해진 건축물의 보존을 촉구하는 결의문 제출, 교토역 신축 문제를 둘러싼 활발한 찬반 토론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교토의 근대건축을 생각하는 모임>을 중심으로 문화재가 아닌 역사적 건축물을 보전하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시민이 선정한 문화재>를 선정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필요할 때에는 보존운동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민운동이 오늘의 교토를 있게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경관권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건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서였다. 1970년 이후 수십 차례의 경관소송은 대부분 대형 맨션건설과의 싸움이었다. 도쿄도의 쿠니타치(國立)시에는 폭 44m의 대학로가 있는데 도로 양쪽에는 288분의 벚나무와 은행나무가 멋있게 줄서있는 길이 1.2km의 녹도가 있다. 가로수 풍경은 동경백선으로 선정된 경관의 명소이며 이 도시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개발의 열풍으로 인하여 거대한 맨션건축계획이 1999년에 수립되었으며 이 계획에 대하여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였으나 건설저지에는 실패하였다. 결국 주민들은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여러 번의 재판을 거쳐서 법원이 권고한 화해안에 대하여 시의회가 최종적으로 수용을 결정함으로서 대학로에 면하여 지어진 높이 44m의 맨션건축물에 대하여 20m를 초과하는 부분을 철거하라는 명령이 2002년 2월에 내려졌다. 이 역사적 사건은 1년 6개월 후인 2004년 6월의 경관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7년 5월에야 비로소 경관법이 공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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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위기였던 버블붕괴이후 지가폭락의 영향으로 원룸맨션 건설이 증가하였다. 이로인해 지역사회의 룰을 지키지 않는 단신 사용자의 증가는 어린이수의 감소, 커뮤니티의 정체등을 초래함으로서 심각한 지역갈등이 발생하였고 지자체에서도 건설규제를 시작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건축협정이다. 1995년부터 시작된 고층맨션 건축과의 대립을 통하여 새로운 건축합의협정지구가 생긴 대표적인 사례가 교토에서 일어났다. 아네야코우지(姉小路)지구는 아름다운 마찌나미가 잘 보존된 지역이었으며 많은 시니세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1995년 6월, 가까운 곳에 11층의 고층분양맨션 건축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격심한 반대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아네야코우지 일대를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고 1996년에 이례적으로 사업주로부터 백지철회라는 결과를 얻었다. 1~2년간 고민한 사업주는 1997년에 설립된 <경관, 마을만들기센터>에 지역주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싶다는 새로운 제안을 1998년에 하게 된다.   센터가 중심이 되어 주민, 기업, 행정이 참여하는 <지역공생의 토지이용 검토회>가 1999년 1월에 만들어졌다. 초나이카이(町內會), 마을 만들기 전문가들도 참여하였다. 회장은 교토대학의 교수가 맡았다. 마찌야 가구(街區)가 갖고 있는 집주 질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찾는 2년간에 걸친 검토회의 활동은 드디어 2000년 12월에 <지역공생의 토지이용계획>을 만들어 내었으며 이 계획에 의거하여 지역공생형 집합주택의 새로운 모형인 어반넥스산조가 2002년 8월에 준공하게 된다. 그리고 토지이용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을만들기의 기본방침인 지구규악을 자율적으로 2000년 4월에 만들었고 그 다음 해인 2001년부터는 건축협정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여 2002년에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새로운 건물이 지어진 후에도 <아네야코우지 일대를 생각하는 모임>은 운동성과를 더욱 발전시키는 활동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거리의 간판정비, 꽃과 녹음이 있는 거리 조성, 일부 구간을 보행자천국으로 지정하고 매년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런 활동으로 인해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이미 1999년에는 경관, 마을 만들기 센터가 주는 제1회 경관, 마을만들기 콩쿠르 우수상을 받았고 2002년에는 일본 도시계획학회 관서지부에서 주는 관서 마을만들기 상을 받았고 2004년에는 국토교통성이 주는 마을만들기 공로상을, 2005년에는 지역주택계획추진협의회가 주는 제1회 지역주택계획상을, 2007년에는 일본 도시계획가협회가 주는 일본 마을만들기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