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갤러리는 동부 제주의 섭지코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폐교된 삼달분교를 재활용하였다. 생전의 김영갑 선생이 직접 조성하였다고 한다. 학교 이름이 적혀있는 옛날 정문기둥을 버리지 않았다. 건물 앞쪽 가운데에 버티고 서있었다. 운동장은 돌과 나무를 이용하여 정원으로 가꾸어 놓았다. 복잡한 미로가 얽혀 있다. 곳곳에 명상하는 모습의 돌조각을 설치해 놓아서 전체 분위기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한라산만 바라보고 있을 때 360여개의 평범한 오름의 소중함을 사진에 담았던 선구자, 스스로 자기 인생을 ‘평생 원 없이 사진 찍었고, 남김없이 치열하게 살았다“고 표현하는 사진작가 김영갑을 만난 것은 이번 여행의 더할 수 없는 큰 기쁨이었다. 입구쪽의 방에서는 방송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그의 인생을 영상으로 만난 마누라는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1957년생이니 나보다도 한참 아래인데 루게릭병이라는 몹쓸 병에 걸려서 사진기를 들 힘도 없어지고 셔트를 누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갤러리 두모악을 더 열심히 만들었다고 한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이다. 전시된 사진을 통해서 그가 제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지역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인지를 배울 수 있다. 사라진 제주의 모습, 시간에 의해 달라지는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를 훼손하는 개발의 실체를 정확히 보여줌으로써 사랑하는 만큼 분노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모악은 2개의 전시관과 영상실, 유품전시실, 무인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무실에서는 관광객으로부터 신청을 받아서 작은 액자와 사진 3장을 이어붙이는 포스트를 제작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여민, 효민이에게 한개씩 선물하기 위해 사진을 골랐다. 마누라와 의견을 맞추어가면서 사진들을 들추어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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