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인 10월 26일, 유후인을 거쳐서 뱃부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소산에는 날씨가 무지무지하게 좋지 않았다. 산이 가까워지자 앞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심하였다. 일본 최대의 온천단지인 뱃부는 오이타현에 있는데 매년 인구의 100배가 넘는 1천 5백만명의 관광객이 오는 곳이다. 뱃부에 들어서자 시내 전체를 뒤덮고 있는 온천증기로 인하여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부글부글 끓는 냄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대에는 1,200여년 전부터 화산활동에 의해 지하 300미터에서 100도씨 전후의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인 증기, 흙탕물, 열탕이 분출하여 주민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지역이라는 뜻으로 <지옥>이라고 불리었다. 이런 불모의 땅을 오히려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낸 일본인들의 생각이 놀라웠다.
지옥의 종류는 모두 9개인데 우리들은 시간이 없어서 카마도지고쿠(부뚜막지옥)만 볼 수 있었다. 카마도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6개의 연못이 있는데 온도에 따라서 색깔이 달랐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하늘색이고 낮아질수록 주홍색으로 변한다. 도깨비상이 입구에서 관광객을 반기고 있었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서니까 제일 먼저 족탕을 할 수 있는 곳이 나타났다. 오래 전의 종교박해 시절에는 기독교인을 온천에 빠뜨리기도 했단다. 흙탕물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장면은 정말 신기하였다.
구내매점에서는 한글로 '온천수로 삶은 달걀을 먹으면 3년이 젊어지고 온천수를 직접 마시면 10년이 젊어진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온천수는 마치 조개탕 냄새가 나는 듯하였다. 매점에서 대여섯개의 달걀을 사서 나누어 먹었다. 동료들이 너무 젊어져서 어떻게 하실려고 하느냐고 놀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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