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소설가·경남문학관장)
마산, 창원, 진해, 김해를 연결하는 도시철도 건설 계획이 경남도에서 나왔다. 먼저 이런 구상이 왜 이렇게 늦게 나왔는지 만시지탄의 감이 들면서도 진심으로 환영한다. 창원을 비롯한 4개 도시의 현재 인구는 1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이 도시들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연담도시로 경남 발전 동력의 핵심 축이다. 이번에 경남도가 도시철도 기본구상을 발표하면서 도시철도 체계를 노면전차시스템으로 결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현명한 판단이다. 총연장 437km에 1조3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인 이 사업은 포화상태에 이른 도시 대중교통체계의 일대 혁명을 일으킬 획기적인 사업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창원시의 시민제안공모에 노면전차식 도시철도의 건설을 강력히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창원시가 지향하는 생태·환경도시 건설에 가장 적합하고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창원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도시환경 시책들이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도심공해의 주범인 차량 운행의 획기적인 감축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창원시는 17만 가구에 등록 차량 대수가 25만대에 이를 만큼 전국 최고의 차량 보유 밀도를 보이고 있다. 각종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공해의 감소 없이는 분지형 도시인 창원의 도심은 공해에서 결코 해방될 수 없다. 물론 도시철도의 건설은 대중교통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할 것이다. 저공해 천연가스전용버스와 도시 노면철도, 그리고 자전거 전용도로망의 정비에 의한 안전한 통행 여건 조성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대중교통체계가 완성되면 창원시는 세계적인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도시 외곽 진출입 지점 곳곳에 대형 공동 주차장을 건설하여 저렴한 주차료로 출근 시 주차할 수 있게 하면 창원도심까지 일반 승용차의 진입 없이도 자전거나 도시철도, 저공해버스를 이용해 직장에 출근할 수 있을 것이며, 도심은 쾌적한 생태 공간으로 살아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대형 프로젝트의 추진은 도가 중심이 되어 4개 시와 노선조정, 비용분담 등 앞으로 지자체 간에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도시 노면철도는 유럽, 특히 프랑스, 독일 등에서 강력히 추진하여 주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철저한 벤치마킹으로 시행상의 문제점을 사전 보완하여 유럽보다 우수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도시철도 건설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각종 의견들이 개진되었듯이, 도시별 노선조정이나 비용분담, 기존의 대중교통시스템과의 연계문제, 운영주체의 결정문제(공영 또는 민영) 등이 사전에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 지하철의 공기업 운영방식(공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정적 비효율성 문제(적자운영)를 B/S측면에서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차량의 외형이나 크기, 색상, 노면노선의 일반차량 겸용조건, 기존의 각종 전기·전화선과의 중복구조물 설치가 도시 경관에 미칠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졸속시행의 착오를 사전에 철저히 검토, 분석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4개 시를 관통하는 도시철도운행노선을 패키지 투어 코스화함으로써 4개 시를 방문하는 유동인구의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도심의 명물인 노면전차는 빨간색, 녹색, 노란색 등 노선별로 각기 색상을 다르게 운행하면 이용객들도 편리할 것이다. 색깔만 보고 타도 목적지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으니까. 잘 가꾸어진 도시 경관을 감상하면서 마치 완행열차를 타고 교외로 여행하는 것 같은 낭만까지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이성 중심에서 감성 중심으로 회귀하는 시대를 맞아, 이제 한계에 이른 도로 위주, 승용차 위주의 교통시스템은 상습적인 교통체증, 교통사고 다발, 도심 공해의 주범으로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조금 느리게 살더라도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대로의 복귀를 위해서라도 노면 경전철시스템은 한시바삐 착수되어야 할 것이다.(경남신문 2008.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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