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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하천

상식에 어긋나는 행정의 특수성

 

상식에 어긋나는 행정의 특수성


전점석 사무총장(창원YMCA)

 몇 년전이었다. 언론사가 새해 벽두에 제시하는 연중 캠페인 주제 가운데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게 있었다. 이 주제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모든 일이 상식에 맞게 진행될 수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왜냐하면 상식이라는 말은 다수의 공감대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대개는 특정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각각의 이유를 들어보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된 일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실제 지역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자면, 얼마전 어느 도심하천의 하류에서는 준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래쪽, 위쪽을 둘러보았더니 경사가 심한 상류에서 토사가 내려와서 평평한 하류에 차곡차곡 쌓여서 하천바닥이 꽤 높아져 있었다. 상류에는 산이 있는 곳이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온다면 틀림없이 하천은 범람할 것이고 하천주변의 주택에는 역류로 인한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시청 재난관리과에서는 정기적으로 하류에서 준설작업을 열심히 해왔다. 이런 경우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상류부터 먼저 대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상류를 그냥 두고 하류에서만 준설을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알고보니 상류 쪽에는 공원을 조성할 계획인데 아직까지 업체선정이나 기본설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데 반해서 하류 쪽의 준설작업은 정기적으로 해오던 사업이므로 전년도에 이미 예산편성이 되어있었으며 담당부서도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 창원시 단위유역 오염총량관리 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수질오염총량관리’는 수계를 단위유역으로 나누고 단위유역별로 목표수질을 설정한 후, 설정된 목표수질을 달성, 유지할 수 있도록 오염물질의 배출한도(허용총량)를 정하여 관리하는 제도이다. 계획수립의 대상지역은 14군데였다. 혹시 낙동강의 함안보 건설이 영향을 미치는 지를 물어보았더니 영향은 있지만 시행계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지방용역사업에 포함할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용역중인 시행계획의 계획기간은 2011년 1월1일부터 2015년 12월31일까지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당연히 포함해야할 게 아닌가. 왜냐하면 국책사업, 지방사업을 불문하고 모두 검토해야지만 목표수질을 유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시행계획수립에서 검토하지 않는다면 그 계획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 될게 뻔하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연구자의 애로사항이 드러났다. 실시계획은 기본계획의 범위 안에서만 하도록 되어는데 기본계획에서는 낙동강의 함안보가 전혀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사정이 그러하다면 굳이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립한다면 법정계획이기 때문에 상부기관에 보고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부시장은 이 자리가 낙동강 사업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였다. 자칫하면 박수도 치지 않고 회의를 마칠 뻔했다.

 흔히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한다.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등잔불의 역할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등잔 밑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행정이라는 등잔불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머리를 자기 스스로가 깎지 못하는 경우 역시 같다. 아무리 이발기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자기 머리카락을 제대로 다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부서가 다르고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사정이 결국은 상식에 어긋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이 중요해진다. 민관협력과 협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