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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를 없애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합의체 감사기구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합의체 감사기구


                                            전점석 사무총장(창원YMCA)

 지난 해 12월 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47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렴도 평가를 발표하였다. 민원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청렴도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청렴도로 나누어 진행된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의 16개 시, 도 가운데 경상남도는 16위를 하였다.  지역 언론에서는 기사보도는 물론이고 사설에서도 같은 날 일제히 이 문제를 다루었다. 12월 11일자 사설 제목을 보면 <청렴도 평가, 꼴찌명분 없다>(경남일보), <청렴도 꼴찌라는 경남도의 굴욕>(경남도민일보), <청렴도 전국 꼴찌, 경남도 자성하라>(경남신문) 등으로 경남도가 도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였다고 질책하였다.

 한편, 16개 교육청 가운데 3위를 기록하여 우수라고 평가받은 경남교육청은 인조잔디 비리의혹에서 시작하여 교사채용비리, 부교재 채택문제, 학교급식업체 납품비리 등이 연달아 불거져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남 교육계의 분위기는 좌불안석이며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모두들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남도청은 별달리 큰 사건이 없었는데도 꼴찌를 했고 평가를 잘 받은 도교육청은 사고가 많이 터진 셈이다.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운이 나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단체장의 경우는 더더욱 심각하다. 왜냐하면 감사담당자에 대한 인사권을 단체장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자체감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각지대인 셈이다. 진해시와 양산시는 물론이고 부의장이 구설에 오른 김해시, 재판이 진행 중인 통영시, 민감한 선거 시기에 주요 이슈로 등장한 창원과 마산시 단체장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경상남도와 경남 교육청에서는 다양한 시책을 약속하고 있고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징계위주가 아닌 근본적인 처방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첫 번째로 제안하는 것은 기존의 청렴도 평가방식의 개선이다. 물론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용해야 될 일이긴 하지만 평가대상기관의 적극적인 의견제시가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볼 때 최근 몇 년 동안 뇌물수수, 향응 등으로 구속되거나 조사받은 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지자체가 외부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를 받는가하면 단체장이 뇌물혐의로 구속되고 공무원비리가 적발된 지자체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좋게 나타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평가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행동강령 위반, 뇌물 및 횡령건수를 포함시키고 내부 청렴교육실시와 외부기관 청렴교육참여 등의 교육실적, 정보공개신청 및 공개건수, 주민감사청구제도의 홍보 및 운영실적, 단체장 및 직급에 따른 차등 감점제 적용, 반부패 관련제도의 도입 및 실효성 여부 등이다.

 두 번째는 합의제 감사기구를 구성하고 감사담당관을 개방형으로 임용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다. 감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하여 민간 부문의 실질적 참여를 확대한다는 것은 이미 지난 2005년 8월에 경남도지사, 교육감 등 22개 기관 단체장이 모여서 굳게 약속한 경남투명사회협약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22일에 제정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도 이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흔히 공감법이라고 불리우는 이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에는 5년간의 세월이 필요하였다. 그동안 일부 지자체 단체장의 반대로 미루어져 온 것이다. 4년 전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률안의 홍보와 의견수렴을 위한 지역순회 토론회가 도청 4층 시민홀에서 열렸다. 나는 토론자로 참석하여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위해서는 합의제 감사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었다. 왜냐하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체장등의 고위 공직자에게는 더 큰 벌을 줄 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사기구의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이번에 제정된 법률 제 5조에는 자체감사기구를 합의제 감사기구로 둘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제 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감사기구의 장을 개방형 직위로 임용한다고 되어 있으며 감사기구의 장은 자체감사기구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 및 합의제 감사기구를 가리킨다.

 이미 경남교육청에서는 감사담당관 개방형 임용과 학부모 감사관제를 도입키로 확정하고 7월까지는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뒤늦긴 했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합의제 감사기구 구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경상남도에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부조리 신고자 1억원 보상제, 자체 청렴도 측정 등의 추진계획만 있을 뿐 합의제 감사기구와 감사담당관 개방형 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제주도에서는 공감법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하고 상임위원과 사무국을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합의제 감사기구인 감사위원회를 벌써 구성하였다.

 감사원에서는 지난 4월 27일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합의제 감사기구에 대한 세부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공감법이 시행되는 7월 1일은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지자체 체제의 출범과 같은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새술을 새부대에 담는 것이 필요하다. 합의제 감사기구 구성과 감사담당관 개방형 임용을 통하여 7월 이후의 경상남도와 경남교육청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