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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를 없애자

노무현 없는 세상에 염치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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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치없는 사람들

                                  전점석 사무총장(창원YMCA)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같은 걸 보고서도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가끔은 왜 생각이 서로 다른 지를 쉽게 이해할 때도 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아도 이해 조차 안되는 경우가 있다. 

 며칠 전 서울 덕수궁 앞에 차려진 자그마한 분향소를 둘러싸고 있는 경찰차를 신문에서 보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이야기하면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높은 지위에 있는 어떤 분은 오히려 아늑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훨씬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는 명분이 궁색해서 그냥 해보는 말장난이라고 쉽게 이해가 된다. 서울 광장을 경찰차로 포위해놓고 절대 출입을 못하게 하고 영결식 날에 광화문의 넓은 도로에 명박산성을 설치한 것도 몹시 불안해서 그러는 것이니까 쉽게 이해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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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똑같이 봉화마을에서 일어난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을 보고서 어떤 사람은 처절하게 슬퍼하고 있는데 또 다른 사람은 까불 때 죽을 줄 알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거라고 표현하는데 어떤 사람은 절대 서거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자살이라고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히 언론에서 서거라고 표현함으로써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논리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책도 여러 권 쓴 꽤 유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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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들이 오죽했으면 죽었겠느냐고 하면서 이명박대통령의 공개사과와 검찰징계론을 이야기한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나라도 그 지경에 이르면 자살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국의 대통령을 지닌 사람이 자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잡혀 들어가게 생겼으니까 비겁하게 자살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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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봉화마을까지 조문하겠다고, 취재하겠다고 온 사람들을 마을 입구에서 되돌려 보냈다. 출입을 통제한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막지 않는게 더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서 국민화합을 저해하는 나쁜 행동이라고까지 비난하는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간에도 실패한 대통령이라느니, 장례비용으로 한 푼의 세금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느니, PD들이 만들겠다는 뉴스특집을 못 만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덤에 침을 뱉는 이들이야말로 국민화합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과도 하지 않은 채 화합만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염치없는 행동이다. 흔히 후안무치라고 한다.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정부여당에서는 제 2의 촛불은 고인의 뜻이 아니라고 하면서 화해와 통합을 강조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연막을 치고 있다.

 평범하게 살겠다는 사람을 궁지에 몰아 부친 사람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 순서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공식적으로 국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잘잘못을 따져보면 된다. 그러고 나서 화해와 통합을 이야기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공개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공개사과야말로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위한 진지한 자세이다.  요즘 사회 분위기에는 졸탁이라는 단어가 여러 가지 교훈을 준다. 안과 밖에서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다. 시인 이산하의 <부화>라는 시가 있다. “알 속에서는 새끼가 껍질을 깨고 알 밖에서는 어미새가 껍질을 쫀다. 생명은 그렇게 안팎으로 쪼아야 죽음도 두렵지 않다.” 안과 밖이 만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화합이다. 서로 화해하기 위한 안팎의 노력이 있어야 죽음을 넘어설 수 있다. 무조건적인 화해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염치가 있기 위해 올바른 처신을 해야 한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아파하고 있는데 사과하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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