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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YMCA에 있으면서 동네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중교통,자전거,보행권과 신재생에너지,기후변화,녹색창원21, 친환경 건축과 생태주거단지,투명사회,소비자문제,마을만들기등... 주민의 힘으로 더욱 살기좋은 동네를 만들고자 합니다. 전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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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유산에 대한 안타까움. 싹쓰리 개발이라는 폭력이 장자시대에도 있은걸까. 몇년전 철거되는 마산 중앙동 삼광청주공장의 슬픈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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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점석

애들이 어렸을 때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재미없어 하지만 동기유발을 위한 노력과 함께 몇 번만 되풀이하면 신기해한다. 가장 재미있어하는 것은 집에서 본 물건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을 때이다. 어른이 보기에도 신기하다. 왜냐하면 집에 있을 때에는 하찮게 보였는데 그게 박물관에 전시할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게 놀라운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곧바로 다락을 뒤진다. 할머니가 사용하였던 물건을 찾아서 정성을 다해 반질반질하게 닦는다. 잘 보이는 곳에 놓고는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아빠, 엄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1920년에 할머니가 시집오실 때 가져오신 생활용품이 있었는데 귀한 줄 모르고 함부로 굴리다가 그만 잃어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같은 물건을 만났을 때에 얼마나 안타까울까. 특히 아빠는 귀한 것이니 잘 보관하라고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장난치다가 부셔버렸을 경우는 더더욱 신경질이 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창원시 사림동에 최근 역사민속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달 24일에 개관하였는데 며칠 지나서 가보았다. 평일인데도 자녀를 데리고 온 아줌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평일에는 250~300명, 주말에는 400~500명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평일 오전에는 어린이,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많은 모양이다. 인기가 굉장하다. 지상에서 3층까지 비스듬하게 녹화가 되어있고 갈지자로 데크로드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재미있다. 민속관 1층 입구로 들어갔다. 통합 창원시의 역사가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림과 사진을 섞어서 시대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근대시기에는 3장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마산 중앙동의 삼광청주공장이었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반갑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였다. 
내가 자주 오가면서 눈여겨보았던 삼광청주공장이 근대문화유산으로 공식적인 대접을 받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동시에 보존하자고 할 때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더니 철거되고 나서는 이렇게 전시까지 해놓은 것이 우스웠다. 만약 마산 중앙동의 주민들이 이 사진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매일 보던 건물이 박물관에 멋있게 전시되어 있다면 누구나 깜짝 놀랄 것이다. 역사책이나 지역홍보자료에서 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던 건물이 이렇게 역사적인 것인 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있을 때는 전혀 보존 노력을 안 한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될 것이다. 


만약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라면 황당할 수도 있다. 자신이 주민들과 함께 보존을 위해 노력할 때는 지자체 공무원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전혀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않다가 이렇게 전시되어 것을 보면 무척이나 원망스러울 것이다. 결국은 아무런 대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자는 주민들의 희망은 외면당하였고 철거 가림막에 가리워진 건물이 어느 날 순식간에 부서진 게 생각날 것이다. 모처럼 보존운동에 나섰던 주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크든 작든 자기 동네의 역사는 소중하다. 어릴 때 멱을 감던 우물터, 잠자리를 잡으면서 물장난하던 도랑, 해안도로변에 방치되어 있는 사일로, 지금은 빌딩에 가려져 초라해진 일제 강점기 건물은 동네의 살아있는 역사로 존중받아야 한다. 흔히,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부지런히 돈을 버느라고 앞만 보고 사는 분들 중에서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왜냐하면 이제 살만하다고 생각하고 옆을 돌아보니 아무도 없는 것이다. 애들은 다 컷고 부모님은 돌아가신 후였다. 가족에게 평소에 잘해야 하듯이 근대문화유산에 대해서도 있을 때 잘해야 한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집에 있는 물건을 발견하고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날은 1층과 2층에서 각각 일희일비를 느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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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점석

지난 8월 25일 사림동에 있는 창원역사민속관을 둘러 보다가 뜻밖에도 마산 삼광청주공장을 만났다. 반갑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였다. 최근에 개관한 역사민속관 1층에 가면 <근대도시로의 발전>이라는 제목의 전시공간에 지난해 철거된 마산 중앙동의 삼광청주공장 건물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사라진 삼광청주공장이 분명코 근대문화유산임을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주민들이 보존, 활용을 요구했을 때에는 행정기관에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다가 이제와서 역사민속관에 전시해 놓은 게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허전하게 만든다. 물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오래전에 없어진 문화유산이라고 오해할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11월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건축문화제에 전시된 공모작품이다. <돌아가다, 움직이다,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마산 주조공장인 삼광청주공장의 회복 및 재생방안을 제시한 경남대학교 학생들의 작품이다. 방치된 문화유산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노력이었다. 사라질 문화유산에 대한 젊은 대학생들의 사랑과 연민이 담겨있다. 철거를 막아내지 못한 지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과 미안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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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점석

전국적인 도심재생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재래시장 활성화가 아케이드 설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문화와 만나면서 이루어졌다. 원도심 활성화 역시 도로 개설과 재건축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역사, 문화콘텐츠를 접목함으로써 성공하였다. 몇 개월 전 마산 중앙동 주민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청주공장과 주택을 보존, 활용함으로써 역사가 있는 동네를 가꾸기로 하였다.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다. 우선 자그마한 동네박물관(?)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외지인에게 팔렸다는 소식이 들렸으며 일백 년가량 된 건물을 헐고 원룸을 지을 것이라고 하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짧게 보는 사람에게는 허름한 창고에 불과하지만 길게 보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지나다니던 동네주민은 청주공장이 지닌 역사, 문화적 의미를 깨달으면서 쇠퇴해진 중앙동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시작하였다.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되었던 전경 스케치 그림)

지역언론에 크게 보도됨으로써 행정에서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주민으로 구성된 마을 만들기추진위원회의 작은 사업이 이제 창원시가 검토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바람직한 진행과정이었다. 그런데 한동안은 어느 부서 업무인지를 정하느라고 탁구공 신세였다가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문화재 위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후 과정을 제대로 모르는 채로 문화재 지정에 대해서만 검토하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안내한 공무원들이 몰랐던 것이다.

 꽤 넓은 크기의 삼광청주공장은 사장 사택이었던 2층 전통가옥과 크고 작은 공장, 창고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러 필지로 나누어져 있어서 매도자도 여러 명이었고 매수자도 여러 명이었다. 그리고 모두 팔린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아야 올바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공무원들은 우선 당장 50억원이 필요하다는 걱정 때문에 고개부터 갸우뚱하느라고 자세하게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산에 사신다는 새 소유주는 길쭉한 필지를 세 개로 분할할 예정이어서 그중에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한 사장사택만이라도 분할 구입이 가능하였다. 그런데 팔리지도 않은 건물까지 포함해서 전체를 창원시가 사들이는 문제에만 얽매여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성의있게 찾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 주민과 대책회의를 할 때에도 시청 공무원은 이 일을 처음 시작한 부서에 대해서 따지는 듯한 발언을 하여 분위기를 해치기도 하였고 또 다른 분은 지역신문의 보도자세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비본질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삼광청주공장은 보존가치와 활용방안이 본질적인 문제임에도 오히려 누구에게 득이 될 것인가, 나서고 있는 사람 중에 이용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불과 며칠전에 창원시는 컨벤션홀에서 세계지식컨퍼런스를 주최하였다. 대만의 도시계획학회장은 타이페이의 성공적인 역사거리 보존을 발표하였는데 근대문화유산의 중요성을 깨닫는 좋은 발표였다. 당연히 삼광청주공장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였지만 오히려 현실은 전혀 딴판이었다.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하는 동안에 아쉽게도 이제 대구, 부산 등지의 건축업자에게 팔린 부분은 완전히 철거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아직까지도 팔리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있다. 인천과 일본 키타큐슈 모지코(門司港)의 허름한 창고건물이 지금은 지역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군산은 근대문화시설계라는 부서까지 만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번 삼광청주공장 사례에서 주민참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과 창원시에 문화정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헐리는 건물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동네주민은 무너져 내리는 자기 가슴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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