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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건축,도시

생태주거단지, 산청 안솔기마을 다녀와서

 

민관이 함께 만드는 생태주거단지

 

전점석 사무총장(창원YMCA)

 지난 2006년 11월,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를 방문한 창원시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하여 상호 협력하기로 서로 약속하였다. 프라이부르크 시는 독일의 환경수도로 선정된 도시로서,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보봉 생태주거단지가 유명하다. 다녀오신 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그곳은 군부대가 있었던 곳인데, 처음부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여러 번의 토론 과정을 거쳐서 생태주거단지 조성방법을 의논하였다고 한다. 기존의 지형과 건축물을 가능한 한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단지 안에는 셔틀 차량과 자전거가 다니고 있을 뿐, 승용차는 마을 입구에 조성된 공동주차장에 세워두어야 한단다. 자체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태양광시설이나 빗물시설도 또한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 17일, 친환경 건축학교에 다니시는 분들과 함께, 산청에 있는 ‘안솔기 마을’을 다녀왔다. 국내의 최초 생태주거단지라는 명성을 얻으면서 많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며,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대상으로도 연구된 곳이다. 우리를 안내하는 마을 대표를 따라서 한 바퀴 돌아보았다. 9,000평의 산 속에 겨우 18세대가 살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 마을’은 주택 하나하나가 작품성이 뛰어난 건물이지만, 안솔기마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각자에게 200평의 대지가 분양되었고, 건평 60평 이내의 크기로 자유롭게 자기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와집도 있었고, 흙집, 통나무집 등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숲 속에 군데군데 숨어 있었다. 대지는 산비탈의 경사를 최대한 살렸고, 기존의 나무도 베어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집을 지을 때, 건축자재들을 옮기느라고 무척 고생을 많이 하였다. 일하시는 분들이 엄청나게 짜증을 많이 내었다고 하였다. 

 

승용차는 마을 입구에 세워 놓을 수 있도록 공동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각자 자기 집까지는 걸어서 다닌다. 물론, 긴급 시 혹은 불가피한 경우를 대비해서 작은 길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평소에는 차가 잘 다니지 않는다. 길바닥은 시멘트가 아닌, 흙이나 잡석을 깔아 놓았다. 각 가정에서는 합성세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생활오수는 창포, 미나리 등의 식물을 이용하여 자연 정화시켜서 지하로 스며들게 되어 있었다. 또한 이 마을에는 가로등과 수세식 변소가 없었다. 가로등이 없는 이유는 나무도 밤에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수세식 변소 대신에 푸세식 변소로 되어 있어서, 퇴비로도 활용하고 있었다. 

 마을 회의는 매월 열리는데,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는 되도록이면 토론을 많이 하면서, ‘만장일치제’로 하고 있다고 하였다. 주민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 단지를 조성할 때부터 거주할 분들이 수차례 모여서 여러 가지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물론, 구체적인 설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단다. 소박하고 불편하게, 약간은 느리게 살고자 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는 것 같았다. 마을 회의에서 만든 규약이 있었는데, 주민들 모두가 지켜야 할 내용이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안솔기 마을을 다녀오면서, 자치단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생태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시범 사업을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택지 조성을 하지 않은 채로 친환경 건축을 한다는 원칙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땅을 염가로 분양 하고 나서, 꼭 필요한 기반시설만 조성해 준다. 건축은 각자가 자유롭게 자기 원하는 방식대로 하면 될 것이다. 또다른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적당한 크기의 체비지가 있으면 먼저 에너지, 물, 쓰레기 처리 등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 그 다음에 도로와 택지를 조성하고, 2~3층의 작은 연립주택과 커뮤니티 시설을 시영개발 방식으로 건축한 다음, 일반인에게 분양이나 임대할 수도 있다.  물론 초기에 전문가와 친환경 주택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스스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도록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민관이 힘을 모아서 함께 만드는 생태주거단지는 온난화시대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대안을 보여줄 것이다. 따라서 조성이후에 실제 생활하는 주민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