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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시민의견을 모으는 돝섬 담당부서

시민의견을 모으는 돝섬 담당부서

  년초에 만난 창원시청 공원사업소의 돝섬담당자는 다행히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였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 될 일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이 말하고 저 사람은 저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분의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를 알기가 힘들다.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돝섬에 관한 다양한 의견에 대한 공무원들의 솔직한 생각이다.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오히려 없는 것 보다 못하다는 생각도 들것이다. 이런 경우에 자기 중심없이 춤만 출줄 아는 사람은 어찌할 줄을 모른다. 결국, 시민의견은 아무런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귀찮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다양한 의견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이다. 말하자면 집중토론이다. 말잔치로 끝나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다행히 돝섬 담당공무원은 토론회를 할 예정이었다. 계획을 들어보니 조경분야에 치우쳐 있었다. 나는 해양환경과 문화적 접근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조언을 하였다. 드디어 6월 17일 돝섬에서 친환경 개발 방안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관심있는 시민도 많이 참석하였다. 공원사업소 소장, 과장, 계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경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해양환경체험교육장, 조개전시장, 마산만의 오염과 생태계 회복 자료전시를 제안하였다. 심지어 시민이 참여하는 돝섬이 되기 위해서는 용역이 아니고 시민설계공모를 하자는 구체적인 제안도 있었다. 50여 년 전의 돝섬은 조개섬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즈음에 돝섬에서 조개를 채취하는 아줌마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시의적절한 제안이었다.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온 박사는 해양자원을 활용한 테마공간 구성과 돝섬의 정체성 확립을 강조하였다. 경남문인협회의 원로 시인은 금도야지 전설의 브랜드화, 시화전, 돝섬 상징 기념품 제작, 마산만 투어 유람선 운행 등을 제안하였다. 녹색창원21의 사무국장은 시민참여를 위하여 돝섬재생 현상설계공모를 제안하였고 장기적으로는 창의성과 헌신성을 위하여 사회적 기업형태의 운영주체가 바람직하다는 제안을 하였다.

 이제는 순서를 정하고 예산확보와 전문인력을 조직화해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면 될 정도였다. 후속조치만 제대로 이어지면 토론회의 열기가 더 활발해질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게 된다. 나는 토론회에서 있었던 요점을 정리해서 제안서를 작성하고 돝섬담당 공무원에게 전달하였다.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차근차근 진행하자는 제안도 하였다.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면서 몇 명으로 하는 게 좋은 지를 물었다. 편하게 하면 된다고 대답하였다. 전문기관에 용역을 줄 예정인데 용역보고서가 나오면 연락하겠다고 하였다. 나는 설사 용역을 발주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야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대화를 나눈 지가 벌써 2개월이 지났다. 돝섬을 찾는 시민이 늘어나고는 있는데 돝섬 담당부서에서는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다. 이때까지 있었던 시민들의 노력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모양이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함께 몇 차례나 돝섬 나드리를 하고 남이섬까지 다녀왔는데 갑자기 힘이 빠졌다. 페이스북에 <돝섬, 그곳에 가고 싶다>는 공개그룹을 만들어서 시민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공원사업소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페이스북에는 돝섬에 관한 시와 사진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 돼지와 관련된 재미있는 자료들도 많이 모였다. 언젠가는 이렇게 모아진 내용들이 쓸모있게 활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최근에 용역보고서에만 의존하고 있는 공원사업소에게 단체장의 호된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바빠진 모양이다. 그러나 시민의견 수렴은 찾아볼 수 없다. 공무원으로만 TF팀을 구성하고 8월 말까지 발전방안을 수립해서 제출할 모양이다. 아마 민관협력의 좋은 경험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아주 멋진 돝섬을 꿈꾸고 있는 시민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서 지붕만 쳐다보게 생겼다. 제대로 할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시민참여방안을 위하여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