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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녹색교통

적은 돈으로 살기좋게 가꾼 꾸리찌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C40 국제회의에 참석하였다. C40의 정식명칭은 C40 Cities Climate Leadership Group이다. 현재 정회원 도시는 40개이고 협력회원은 20여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창원이 참여하고 있다. 회장은 미국 뉴욕의 브룸버그 시장이고 클린턴재단이 후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3일간 연이어 진행되는 분과토론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버스급행시스템(BRD), 자전거 등에 관한 각 도시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창원에서 발표한 공용자전거 누비자와 서울에서 발표한 시내버스급행시스템에 대하여 회의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현재 지자체의 국제교류활동은 성공사례발표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특정분야에서 모범사례를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한데 이 경험을 기초로 해서 지구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일본 교토의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어렵게 합의한 교토의정서가 마감년도가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덴마크 코펜하겐과 멕시코 칸쿤회의에서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고 기후변화 책임문제에 대한 심각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당사국총회의 분위기는 지구 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에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심각한 갈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최대 피해국의 목소리를 낮추기 위한 거대 석유자본의 로비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래서 당사국총회와는 별도로 이해를 같이 하는 국가, 도시끼리 모여서 당면과제와 전략을 논의하는 다양한 작당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어느 국제기구에 소속되어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제기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자족할 것이 아니라 어떤 성격의 국제기구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파울루에서의 회의를 마치고 나서 말로만 듣던 꾸리찌바에 갔다. 흔히 꿈의 도시라고 불리는 꾸리찌바는 결코 요란스럽거나 호화롭지 않았다. 돈 안들이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가꾼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속철도, 지하철, 경전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에 대한 주민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하였다. 행정기관, 공공기관, 금융기관에서 볼일 보려는 시민들이 퇴근 후에 집으로 가는 도중에 들려서 증명서를 떼거나 수도요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시내버스 환승센터마다 공공민원센터인 <시민의 거리>가 있다. 주변에는 시장 혹은 상점이 있어서 쇼핑하기도 편리하다. 17종류의 공공서비스를 계획적으로 분산시켜 놓았다고 한다.

도심으로의 일극집중을 최소화하면서 여러 개의 부도심을 활성화시켜 도시의 균형발전을 도모한 것이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교통수단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동거리를 짧게 하고 시민들이 편리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2시간 이내의 환승은 무료이다. 볼 일을 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우리 일행은 재래시장 아케이드처럼 생긴 <시민의 거리>를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는 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굴절버스도 있고 일반버스도 있었다. 정류장 역시 원통형의 폐쇄식도 있고 우리와 같은 방식도 있었다. 새로운 교통수단을 무리하게 도입하지 않고 기존의 시내버스를 존중하면서 교통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나는 꾸리찌바의 시내버스 안에서 창원을 생각하였다. 현재의 교통인구와 도시의 성장속도가 현재의 시내버스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단계에 왔다면 당연히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의 교통수단을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치 유럽에서는 멋진 노면전차가 그들의 오래된 교통수단이듯이 우리에게는 시내버스가 오래된 기존의 교통수단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창원시에 노면전차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분명해진다. 어느 가게에서 페트병을 본따서 만들었다는 원통형 정류장과 굴절 버스를, 두꺼운 종이로 만든 기념품을 구입했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라는 책을 쓴 박용남 선생은 재미와 장난이 만든 생태도시라고 했다. 마치 경기도 가평에 있는 남이섬의 강우현 대표를 많은 분들이 쉬지않는 장난꾸러기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다음에 오면 최소한 3박 4일 정도는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꾸리찌바에 작별인사를 하였다.  (경남일보 2011. 7.13, 경일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