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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녹색교통

알 수 없는 노면전차의 경제성

전점석 (창원 YMCA 사무총장)

몇 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제기 되어 온 경량전철 도입문제에 대한 최근의 본격적인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난 11월 4일자 신문에 ‘경남 도시철도 기본계획 사전 환경성 검토서 초안 공람 및 주민설명회’를 공고하였는데 주무부서는 경상남도 항만물류과이다. 이어서 11월 11일에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7명의 토론자가 참여하는 도민공청회를 개최하였는데 도시철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기본계획안을 발표하였다. 교통연구원에서는 몇 가지의 대안 가운데 마·창·진을 잇는 노면전차를 제안하였는데 3년 전인 2005년 8월에는 창원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그 때는 경상남도가 건설교통부에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시범사업을 신청하기 위해서 마련한 토론회였다. 이번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철도법 제 3조의 2에는 기본계획에 도시철도의 경제성, 타당성, 지방자치단체의 재원분담비율을 포함한 자금조달방안, 중장기 자금운용계획,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 수송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청회에서 발표된 자료에는 모두 빠져있다. 민자사업으로 할 것인지의 여부, 시내버스와의 상관관계,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채 노선에 대해서만 4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히 토론내용도 노선에 관한 것이 많았다. 참석한 지자체 공무원들도 노선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였다. 토론이 끝난 다음 교통연구원에 계신 분에게 사연을 물어보니 공청회는 노선에 관한 토론시간이며 최종 보고서에는 포함할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하였다. 정작 중요한 논란거리는 고의적으로 생략하였던 것이다.
 둘째, 이날 공청회에 제시된 공사비를 신뢰할 수가 없다. 3년 전 교통연구원이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마산 가포 - 창원 삼정자동 - 진해 풍호동을 잇는 38.6㎞의 경전철 사업비가 16,565억 원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시된 제 3안(마산 가포 - 창원 성주동 - 진해 시청)의 노면전차 43.7㎞의 사업비는 13,435억 원이다. 3년 전의 짧은 연장보다 지금의 긴 길이가 3,000억 원이나 싸게 제시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이런 식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된다면 그 피해는 대단히 심각할 것이다.
 셋째, 논리적인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인구와 교통수요가 증가하는데 현재의 시내버스로는 미흡하니까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인구도 늘지 않고 교통수요도 같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1조 3천억 원이나 드는 사업비를 투입하자고 한다. 경남사회경제지표 전망에 의하면 2036년까지 마산, 창원시의 인구 증가율은 -0.05, -0.22이다. 다만, 진해시의 인구증가율이 +0.86이긴 하지만 두 도시와 비교하면 인구수가 적다. 도시별 통행수요 전망 자료에 의하면 통행수요도 비슷하다. 마산의 목적통행량 예측 증가율은 -0.09이고 창원은 겨우 0.01이며 유일하게 진해시는 +1.19이지만 통행량이 적다. 이런 통계를 가지고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필요성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대도시의 경우 지하철에 대한 2003년 말 건설부채가 7.8조, 이자부채 1.3조, 운영부채가 1.6조원에 이르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지금도 대규모 공공시설의 운영적자로 인한 걱정이 많다. 흔히 애물단지라는 표현이 있다. 이미 빗나간 수요예측으로 인하여 마창대교에 관한 논란을 경험하였다. 정확한 교통수요예측에 의한 경제적 타당성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공사비 60%를 국가예산에서 지원한다고 하지만 운영부채는 고스란히 지자체의 몫이다. 무조건 하고 볼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긴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번 도시철도 기본계획에는 아예 BRT가 빠져있다. 당연히 LRT와 BRT에 대한 집중적인 비교, 검토를 해야 한다. 현재 시내버스의 수송 분담률이 낮다고 해서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최근에 많은 지자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LRT와 BRT에 관한 토론을 많이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이미 2005년도에 BRT도입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과연 마·창·진의 지역여건과 교통문제에 어떤 것이 더 적합한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경남일보 2008. 11. 19)